<설특집>설,일제 탄압...5공때야 `민속의 날`로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5.02.07 03:42
(::"설날" 수난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은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일체감과 공동체
의 결속을 다지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설날은 일제 강점기에 ‘신정’으로 바
뀐 뒤 이중과세(1공화국)-민속의 날(5공화국)-설날(6공화국) 등
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거의 100년동안 수난을 당해왔다.
◈일제 강점기〓일제가 양력설을 신정이라는 이름의 공식 명절로
지정하면서 설날의 수난은 시작된다. 일제는 민족 고유 명절인
음력설을 ‘구식 설날’이라는 뜻의 ‘구정’이라 이름 붙여 탄
압했다. 일제는 음력설을 못 쇠도록 하기 위해 섣달 그믐 전 1주
일 동안 떡 방앗간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또 음력 설날 아침 흰
옷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 사람에게 검은 물이 든 물총을 쏘아
얼룩지게 하는 등 갖가지 박해를 가했다. 그러나 일제가 음력설
을 없애지는 못했다. 조선인들의 ‘양력설=매국’, ‘음력설=애
국’이라는 저항의식을 후손들이 완강하게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설날의 수난은 해방이 돼도 끝나지 않았다. 개신
교 등 미국 문화에 경도됐던 이승만 정부는 양력 중심의 사고를
더욱 고착시켰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철저한 양력 신봉자로 신
정의 사흘 연휴를 법제화했다(1949년 6월 4일). 이때 신정과 구
정이 병존하면서 ‘이중 과세’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박정희 정부〓박 전 대통령도 철저한 양력 신봉자였다. 그는
‘이중 과세’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음력설을 완전히 뿌리 뽑을
생각으로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아예 제외해 버렸다. 음력설에는
학교수업을 강행했고, 공장들은 문을 열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전 전 대통령 집권시절 구정 대신 ‘민속 명절’
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1985년 1월 21일). 민심을 붙잡을 필요
가 있던 전 정권은 음력설을 ‘민속 명절’이라는 이름의 공휴일
로 지정했다. 이중과세가 합법화된 것. 설날 귀성 전쟁이 본격적
으로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노태우 정부〓1989년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이 개정(2월1일)되면서 설날과 추석 연휴를 이틀에서 각각 사
흘로 늘리고, 그 대신 신정 연휴는 사흘에서 이틀로 줄였다. 설
과 신정의 비중이 이때서야 역전됐다.
◈김대중 정부〓외환위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1999년 1월1
일,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관공서는 신정 하루만 쉬
고 2일부터 정상 출근하게 됐다. 이때부터 실질적으로 신정연휴
가 폐지되고 음력설이 복권된다. 영남대 배영순(56・국사학과)교
수는 “양력 1월1일이란 부활절을 춘분 다음에 오도록 1월1일을
정했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음력은 비과학적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에 밀려 음력설조차 100년동안 수난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한강우기자 hangang@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