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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경제효과는 3000억원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9.23 10:31



[한겨레] 바야흐로 '사극(史劇)' 전성시대다. 사극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안방극장은 이미 사극이 점령한 지 오래다. 이로 인한 경제효과 역시 만만치 않다. 인기 사극 세트장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천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해외시장을 노린 사극 캐릭터 상품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덩달아 협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법. '사극열풍'의 뒤안길은 너무도 쓸쓸하다. 수백억대의 지방세를 들여 건립한 사극 세트장 대부분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다. 사극 캐릭터 상품도 해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사극을 협찬한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간접광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사극 경제학'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전남 완도군엔 '명물'이 있다. '바다왕' 장보고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海神·KBS)'의 촬영 세트장이다. 무엇보다 8만2500㎡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가 눈길을 끈다. 멋들어진 주위 전경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통일신라시대 신라방을 재연한 '당나라신라방'엔 42동의 기와집이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늘어서 있고, 시전거리·수로시설의 자태도 제법 폼 난다. 58동의 기와집이 건설된 '청해포구 마을'은 옛 장보고 본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화려해 보인다. 드라마 '해신'이 종영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현재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월 5천명선. 놀랄만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해신 세트장에 투입된 건설비는 총 150억원이다. 이 중 전라남도와 완도군이 각각 25억원을 투자했다. 전남도민, 완도군민의 '피와 땀'이 이곳에 서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깝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혈세의 대가는 자부심으로 되돌아 온다. 최고의 '부메랑 효과'다. 해신 세트장은 이제 지역민들의 큰 자랑거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사극 전성시대 '활짝'

바야흐로 '사극(史劇)' 전성시대다. 'AGB 닐슨미디어'의 집계에 따르면 주간시청률(9월 1주) 1, 3위는 각각 대조영(KBS), 왕과나(SBS)가 차지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태왕사신기(MBC)도 대박기운이 감지된다. 정조대왕 이산(MBC) 또한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잔바람은 또 다른 회오리를 동반한다고 했던가. 사극 열풍은 대규모 사극 세트장의 건립을 부추긴다. 역사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다. < 이코노미21 > 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극 세트장을 조사한 결과, 세트장은 총 22개(MOU체결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영화드라마 세트장 총 개수(38개)의 57.8%에 해당하는 수치다. 드라마 세트 중 절반 이상이 '사극용'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100% 민자유치로 만들어진 세트장은 태왕사신기(제주도·㈜청암영상테마파크), 대조영(속초시·㈜한화리조트) 등 많아야 5~6개 뿐. 대부분 도비(道費), 시(市)비, 군(郡)비 등 지자체 비용이 투입됐다. 가령 전남에 건설된 5개 드라마 세트장의 총 사업비는 296억원인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96억원을 지자체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사극 세트장 유치에 '올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사극 세트장으로 관광수입 등을 챙기겠다는 심사다. 물론 틀린 시각은 아니다. 사극 세트장이 지역경제에 일정한 도움을 준다는 분석은 적지 않다.

호남대 관광교통연구소에 따르면 해신 세트장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략 16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중견 벤처기업 1년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생산 및 소득 파급효과도 각각 684억원, 142억원에 이른다. 고용파급효과 또한 40억원에 육박한다(표2 참조).

전남 나주시에 건립된 삼한지 세트장(드라마 주몽)의 경제효과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드라마 제작기간 중 나주시와 지역주민이 올린 직간접 소득액은 580억원에 달한다. 특히 식당·숙박·유통업의 매출은 50% 이상 신장됐다. 사극 세트장이 '밑바닥 경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표3 참조).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도 탁월하다. 주몽 제작기간 중 나주시는 연간 25.6억명에게 노출됐고, 이로 인해 얻은 홍보효과는 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전북 서동요 세트장 경제효과 기대

전북 익산시가 17억4천만원을 투자해 건립한 서동요 세트장도 만만찮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예상되는 직간접 소득액은 502억1500만원. 이 중 숙박업, 음식업의 매출액은 1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동요 세트장의 장점은 유지관리비가 싸다는 점. 그래서 경제효과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병희 익산시청 정보영상팀 계장은 "현재 서동요 세트장의 유지관리는 공익근무요원을 활용하고 있다"며 "때문에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계장은 이어 "시설 유지비는 매년 2천만원 정도"라며 "현재 수익구조를 볼 때 유지관리비용은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는 사극 세트장의 경제효과는 한술 더 뜬다. 배용준, 최민수, 문소리 등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태왕사신기 세트장은 벌써부터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8월26일부터 5일간 무료개방 했을 당시 몰려든 인파는 1만6900명에 달한다. 제주도 관광객 수 역시 태왕사신기 덕분인지 2005년 7만685명에서 8만8643명(8월 현재)으로 25.4% 증가했다. 올 10월 경 일본 NHK에서 태왕사신기가 방영되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욘사마로 불리는 '배용준'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제주도측은 태왕사신기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제효과를 해신(1600억원)의 두배 가량으로 내다본다. 그렇다면 32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효과다. 이 가운데 생산 및 소득파급효과는 각각 1386억, 284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학수 제주도 투자유치과 주무관은 "일본 NHK에서 태왕사신기가 방영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일본 관광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태왕사신기세트장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제효과는 어쩌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대조영 세트장의 '인기몰이'도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9월 현재 누적관람객은 62만명, 관광수익은 25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조영 세트장은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객의 85%가 타지역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조영 세트장 운영주체 한화리조트의 김제훈씨는 "대조영 세트장은 점차 설악권 관광의 필수적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강원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인들의 관광률이 높아지고 있어, 지역 관광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고, 동전엔 반드시 양면이 존재하는 법이다. 모든 사극 세트장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사극 세트장은 연일 '파리 날리기' 일쑤다.

경기도 용인시와 MBC가 각각 60억원을 투자해 만든 신돈 세트장은 드라마 흥행 부진과 함께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2005년 이후 이 곳을 방문한 관람객은 고작 2만명 안팎. 하루 5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드라마 종영 … 관광객 '뚝'

한 때 '잘 나갔던' 사극의 세트장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 제천시가 15억원의 시비를 투자해 설립한 '태조 왕건' 세트장은 갈수록 관광객이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왕건의 방영 땐 관람객들로 연일 붐볐지만 지금의 상황은 딴판이다. 일일 관광객 수백명, 휴일 관광객 1천명을 넘기 벅찰 정도다. 유수형 제천시 관광시설관리사업소 계장은 "왕건 촬영지의 주차장은 99면으로 총 100~150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다"며 "한창 때는 주차장이 꽉 들어차 혼잡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잘되는 집안으로 손꼽히는 삼한지 세트장(주몽)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추석 명절 때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일일 1만9840명, 설 연휴 땐 1만5천명이 몰려들어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러나 현재는 주말기준 1천명의 관광객이 뜨문뜨문 방문할 뿐이다.

여기까진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사극 세트장이 폐허가 되거나 무용지물로 전락한 사례도 허다하다. 관리부실 탓이다. 총 사업비 109억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 토지(SBS·2005)의 세트장엔 도비, 시군비가 각각 15억, 24억 투입됐다. 그러나 이 곳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 지 오래다. 일일 관광객은 고작 50명 선. 유지관리 비용조차 뽑기 힘든 상황이다.

토지의 세트장을 운영하고 있는 횡성테마랜드의 유진성 부장은 "서울 시내버스 뿐 아니라 광고탑 등 옥외광고를 통한 홍보활동을 전개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부장은 또 "법적소송까지 겹치면서 세트장은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충주시가 5억원을 투입한 '상도'(SBS)와 '어사 박문수'(MBC) 세트장은 2003년 12월 화재로 전소됐다. 또 충남 금산군이 2억원을 투자한 '상도 세트장' 역시 2003년 홍수에 휩쓸려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수많은 사극 세트장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사극 세트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극 세트장의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드라마의 히트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치밀함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분별하게 세트장을 건립해선 안 된다'는 결론이다. 이런 가운데 대장금(MBC) 세트장의 성공사례는 주목할 만 하다.

대장금이 종영(2004년 3월 종영)된 것은 만 3년째. 하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전혀 감소치 않고 있다. 2005년, 2006년 각각 33만명의 관광객이 찾은데 이어 올해에도 17만명(8월 현재)이 방문했다. 이로 인해 올린 관광수입은 대략 30억원 선이다.

대장금 세트장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별다른 게 아니다. 드라마 '대장금'이 해외에서 '빅히트'를 친 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덕분이다. 실제 대장금 세트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2005년 19만명, 2006년 24만명, 2007년(8월 현재) 12만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정수 문화방송 문화사업팀 차장은 "대장금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 중 외국인이 내국인 보다 3배 이상 많다"며 "이는 대장금이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차장은 또 "이런 이유로 대장금 세트장은 가급적이면 촬영 당시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덩달아 유지관리비용도 줄어들어 수익이 훨씬 더 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전 차장의 설명이다.

문화관광단지 연계해야 '성공'

사극 세트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또 있다. 사극 세트장을 지역 문화관광단지 및 상품과 연계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충북 단양군의 연개소문 세트장은 좋은 본보기다.

이 세트장은 단양군 영춘면 온달국민관광단지(온달관광단지) 내 1만3천여㎡ 부지에 조성됐는데, 괄목할만한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 드라마 연개소문이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이들의 관광수익은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안상용 단양군청 담당자는 "2005년 온달관광단지의 수익료는 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월18일 연개소문 세트장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의 '대망'(SBS) 세트장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청풍문화재단지' 내에 있는 대망 세트장엔 여전히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 익산 서동요 세트장은 매년 열리는 문화행사 서동축제로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 2005년 개장 이후 서동요 세트장을 찾은 관광객은 40여만명, 관광수익은 12억원에 달한다.

대박 '사극 촬영장'으로 손꼽히는 해신 세트장이 최근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별다른 문화관광단지 또는 상품과 연계없이 해신의 인기에 무작정 기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완도군은 현재 해신 세트장 인근에 장보고 기념관, 동상, 청해진 유적지 등 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신 세트장을 중심축으로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정조대왕 이산의 세트장을 완공한 용인시도 2009년을 목표로 가칭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이산 세트장을 한택식물원·와우정사 등 용인시 소재 문화단지와 묶어 '관광벨트화(化)'하겠다는 전략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0년 경이면 눈에 띌만한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용인시측의 설명이다.

고길현 용인시 담당자는 "문화벨트조성계획이 마무리되는 2010년이면 생산 및 소득유발효과가 각각 273억원, 56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창출효과 역시 300명 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사극 세트 효율성 "글쎄 올시다"

'사극 열풍'과 함께 수많은 세트장이 전국 방방곡곡에 설립됐다. 적지 않은 지자체들은 사극 세트장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사극 세트를 관광자원으로 활용, 짭짤한 수익을 창출할 요량이었다. 실제 각 지자체들은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사극 세트장의 경제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 아무리 인기리에 방영된 사극의 세트장이라고 해도 종영되면 '찬바람'이 불기 십상이다. 인간의 기억과 감동은 그리 관대하지도,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사극 세트장을 무조건 '애물단지'로 취급하기엔 아직 무리가 따른다. 노력 여하에 따라 그럴듯한 관광명소로 만들어낸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극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꼼꼼히 검토해 '애물단지' 세트장을 '황금거위'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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