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PPP 제1당 부상 ‘탁신 부활’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12.23 18:31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 외국을 떠돌던 태국의 탁신 치나왓 전 총리가 총선 승리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귀국 명분을 얻게 됐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3일 지난해 9월 군부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태국의 총선 투표에서 예상대로 친 탁신계 정당인 '국민의 힘(PPP)'이 군부의 지원을 얻은 최대 야당 민주당을 누르고 제1당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전체 480개 의석 중 PPP가 190~200석, 민주당은 120여석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군소정당에 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공식 개표 결과는 24일 이후 발표될 전망이다.
전국 유권자 4570만명 가운데 약 70%가 참여한 이번 총선은 전체 39개 정당이 공약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사실상 탁신 정권에 대한 신임 투표나 다름없었다. 탁신이 창당했던 '타이락타이(TRT)'당을 이은 PPP의 승리는 곧 탁신의 귀환을 원하는 민심을 반영한다.
통신재벌이자 영국의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탁신은 지난해 주식 매각에 따른 탈세와 권력 남용, 비리 혐의로 쫓겨났지만 집권 시절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농촌 지역과 서민층 사이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마크 순다라베 PPP 당수는 "국민들은 탁신이 기여한 바를 기억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PPP의 승리는 또 군부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는 분석했다. 5%대를 유지하던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4%를 기록,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군부는 남부 지역 이슬람 무력세력의 진압도 실패, 치안 불안을 가중시켰다.
PPP측은 탁신 전 총리가 내년 초 복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탁신은 선거부정으로 5년간 정치 활동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총리 대신 고문직 등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치러졌음에도 불구, 태국 정국의 혼미함이 더욱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탁신에 대해 태국 사법당국이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 혐의로 체포장을 발부한 상태여서 귀국 즉시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PPP가 승리는 따냈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것도 정국 불안을 가중시킬 요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소 정당들 중에서 친 탁신 계열이 별로 없어 PPP보다는 민주당 중심의 연정이 시도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정국 혼미가 지속될 경우, '제2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출랄롱코른대학의 티티난 퐁수디락 교수는 "정계의 극한 대립이 총선을 치르면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투표는 만일의 소요사태에 대비해 전국에 20만명가량의 치안 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치러졌다.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전날 밤 주로 농촌 지역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표를 사고파는 매표 행위에 대한 신고 접수가 900여건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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