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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불공정 계약에 ‘속타는 냉가슴’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6.08.04 17:44



# 1. 빗나간 상권분석
지난해 회사를 명예퇴직한 나온 40대 중반의 ㄱ씨는 편의점을 개업했다.
A편의점 체인본부(본사)는 주변상권 분석 후 "매출이 하루 210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개점을 권했다.

그러나 편의점은 하루 매출액이 100만원도 힘들 만큼 본사의 조사는 부정확 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몇 달이 지난 후 본사가 보장한 순수익 350만원이 '집으로 가져 갈 수 있는 돈'이 아닌 인건비와 점포의 운영비가 포함된 금액임을 알게 됐다.

매달 모자라는 '순수익'은 본사가 보전해 줬지만 그 돈은 다음달 순수익에서 '가불' 하는 것이었다.

오차범위를 벗어난 상권분석도 비용은 모두 ㄱ씨가 부담한 것이었다.
# 2. 길 건너에 같은 편의점이 또 오픈...
ㄴ씨는 지난 1년간 편의점을 운영했지만 최근 매상이 크게 떨어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B편의점 본사가 부근에 같은 편의점을 또 오픈 해 줬기 때문이다.
ㄴ씨는 가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본사는 5년 계약상태에서 1년 만에 문을 닫으면 지난 3달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만큼 본사 손해에 대한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제 ㄴ씨는 12시간의 야간근무에 더해 아르바이트 직원의 인건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권오승)는 경실련과 편의점 점주들이 작년 9월에 고발한 '미니스탑', '바이 더 웨이', '세븐 일레븐', '지에스 25', '훼밀리 마트' 등 5개 편의점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과도한 위약금으로 인한 피해는 "계약서 상에 위약금 부과 조항이 있다"며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예상매출액이 현실과 차이가 나는 것도 현행법상 처분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본사 소속 편의점의 '판매지역권'(위치선정)에 대해서도 "영업노력이 손상되지 않게 배려할 경우" 부당 또는 불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공정위는 '강제발주' 및 '불투명한 재고(로스) 산정' 문제에 대해서도 발주량을 초과하여 상품이 납품되었을 경우 받을 것인지 반품할 것인지의 판단은 가맹점주의 권한이기 때문에 재고부족분에 대한 책임은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가맹점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공정위 결정에 대해 경실련은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고 조사를 요청한지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공정위가 실질적인 실태파악이나 피해조사 없이 책상에 앉아 관련 법률이나 판례만을 비교·참조하여 형식적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닌지 큰 우려를 갖는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사적 자치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가맹사업자들에게 공정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하거나 분쟁해결의 의지 없이 관련 법률의 미비를 운운하며 역할을 방기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위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되어 있는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치부한다면 존립의미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편의점 가맹점 협의회' 고재석 회장(34)은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점을 호소를 한 것인데 공정위는 '계약서에 서명 했으니 책임지라'는 답을 한 것"이라며 "모회사인 대기업을 등에 업고 점주들에게 횡포를 일삼은 편의점 본부사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며 공정위가 '문제가 없다'한 사안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고 회장은 예상매출액의 부정확성에 대해 "내 돈을 내고 대기업이 해주는 상권조사라면 상식적으로 최소한 20%가 넘는 오차는 없어야 하는데 너무 편차가 크고 본사의 조사결과는 '오픈 권유'로 고정된 거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또 "자기 가맹점포를 바로 옆 건물이나 길 건너에 마주 보고 또 내주는 것은 상권이 아닌 상도덕의 문제"라며 본사의 무분별한 '점포 늘리기'를 비판한 후 "점포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는 손해를 봐도 로열티 35%와 상품공급이라는 물류업으로 본사는 계속 이익을 보는 것이 현재 편의점 체인사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투명한 재고나 회계문제도 "개인사업자인 점주들은 계속 쏟아져 오는 본사의 공급물품을 기록하기도 벅찬 상태고 매출은 매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본사로 다 보낸 후 매달 정해 진 날짜에 순수익을 본사와 점주가 7대3이나 8대2로 나누는 구조"라며 본사가 감독하는 과정에서 오류나 의혹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의 한 점포는 '지난 3달간 재고품 유실(로스트)이 1800만원'이라며 위약금을 내고 가계를 회사가 지정한 다른 사람에게 넘기라'는 내용증명 우편을 받기도 했다.

점주는 편의점 진열대에 상품을 모두 합쳐도 1200만원정도라는 것을 감안해 가게가 도둑에게 몽땅 도난당하거나 자신이 상품을 기록도 하지 않고 바로 '무자료 거래'로 파는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냐며 본사에 항의했으나 본사는 "거부하면 경찰 입회하에 점포를 인수 하겠다"고 냉담하게 반응했다.

고 회장은 공정위에 심사결과에 대해 "협의회와 경실련이 보내 준 문서들을 들춰보지도 않았다는 걸 입증한다"며 협의회는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했다는 기간동안 현재 편의점들의 상황이나 제출한 자료에 대한 문의전화 한통도 못 받았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공정위는 이 문제에 대해 직권조사를 약속했으나 단순한 서면조사만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심사과정의 부실을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정위는 작년 '직권조사 계획'을 밝히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81.2%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편의점 가맹본부(본사)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편의점협회'(회장 오광렬·前보광훼미리마트대표이사)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관련업무 담당자가 휴가 중이고 책임자인 전무도 외근 중인 상태라 답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 미디어칸 손봉석기자/paulsohn@kha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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