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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셀렉션 김 대표님께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6.10.03 09:30



[반론] 9월27일자 미디어오늘 기고문을 읽고

[미디어오늘 이장직·중앙일보 기자]
지난 9월27일 서울셀렉션 김형근 대표의 기고문 < 한 언론사 J기자님에게 > 에 대해 당사자인 중앙일보 이장직 음악전문기자가 반론을 보내와 이를 싣습니다.

▶중앙일보 9월11일자
서울셀렉션 김형근 대표님께.
중앙일보 9월11일자에 제가 쓴 < 외국인 손님 '코리안 타임 체험' 분통 > 기사를 읽고 보내주신 이메일과 반론 청구문, 항의서한 모두 잘 읽어보았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받은 이메일도 잘 받아보았습니다. 미디어오늘을 통해 공개토론을 제안하셨으니 저도 몇자 적어봅니다. 9월27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하신 글 덕분에 저는 졸지에 '쓰레기 기사'나 쓰는 '기본이 안된' '잔인한' 기자가 돼버렸습니다. 나라음악큰잔치 추진본부의 추진위원을 맡고 있는 국악평론가 전지영씨까지 나서서 9월18일 '컬처뉴스'에 라는 글을 기고하셨더군요.



▲ 중앙일보 9월11일자 기사
스트랫퍼드 셔먼이 '포춘(Fortune)'지 1989년 6월19일자에 기고한 '언론을 다루는 현명한 방법'이란 글에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사실에 직면하라.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라.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라."

제 기사가 나간 이튿날 주최측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병익 위원장께서 문화예술위 홈페이지에 즉각 게재한 사과문은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위도 자체 조사를 거쳐 사과문을 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김 대표님은 사과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으셨더군요. 자신에게 불리한 '팩트'는 피해 가는 게 언론인 출신의 자세라고 보십니까. 다음은 사과문 전문입니다.



▲ 문화예술위원회(www.arko.or.kr)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
"서울 출발 버스가 늦게 출발하고, 우천과 주말을 맞아 고속도로의 심한 정체로 인해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함으로써 충주호 선상(船上)음악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일부만이 진행되는 등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서둘러 주신 주한외국인 참가자들과 멋진 연주를 준비해주신 예술인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번의 일은 주최측인 우리 위원회의 세심한 행사 준비 및 관리 부족으로 인해 일어난 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사 준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제 기사는 9월9일 충주호 일원에서 열린 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와 서울셀렉션이 주관한 '주한 외국인 대상 한국음악체험 공연여행'에 대한 현장 르포입니다. 아시는대로 저는 그날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 밤 9시30분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외국인 참가자들과 함께 일정을 쭉 함께 했습니다(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기자는 저 혼자 뿐입니다).

우선 김 대표님의 기고문에 나타난 심각한 오류부터 지적하고자 합니다. '팩트'를 그토록 강조한 김 대표님의 글이 팩트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어찌된 영문입니까.

"공연 내내" 취재도 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잠을 잤다고 쓰신 것은 허구 아닙니까. 잠을 잔 것은 충주행 관광버스 안이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늦잠을 즐기는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출발해 취재에 나섰습니다. 조종실 앞에서 선상 연주를 강행하다가 한 곡만에 외국인들의 요구로 중단된 유람선에서도, 한벽루 공연에서도 줄곧 사진을 찍고 연주자와 참가자들의 표정을 살피기에 바빴습니다.

유람선에서는 조종실로 가서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만이라도 엔진을 끄면 안되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충주호처럼 큰 호수에서는 엔진을 끄면 배가 마음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대답까지 들었습니다. 한벽루 공연에 대해서 자세히 취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곤란하지요.

대형 쾌속선에서 열릴 예정이던 충주호 선상음악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김 대표님은 저에게 "선상음악회는 맛보기 공연이지 메인 행사는 아니다"라고 해명하셨습니다. 김 대표님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글에서도 '선상 공연 이후 이어진 본 공연'이라고 명시하셨더군요. 그러나 이는 김 대표님이 좋아하는 '팩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날 메인 행사는 선상음악회였지 한벽루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당초의 보도자료에서 이번 행사를 '우리나라 최초의 선상 국악공연'이라고까지 홍보하지 않았습니까. 서울셀렉션 홈페이지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올린 안내문에는 한벽루 공연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말을 바꾸셨더군요. 만약 선상음악회가 맛보기 공연이라면 고속도로가 막혀 제 시간에 충주호 선착장에 도착하지 못하게 될까봐 안절부절 못하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시간 때문에 휴게소 들르는 것조차 생략하다가 결국 소변을 참지 못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고통까지 호소한 외국인 때문에 용인휴게소에서 쉬지 않았습니까.

서울셀렉션에서 발행하는 영문잡지 'SEOUL' 편집장 Robert Koehler가 자신의 블로그에 제 기사에 대한 반론을 올려 놓았더군요. 그 댓글 가운데 'jd'라는 아이디로 올린 글(9월11일 오후 9시6분)을 보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 'It Was A Pity!' the woman screamed for three hours straight as the bus fought its way through the heavey traffic Hank Kim[김형근 대표의 영문 이름]'s family had set up along the chosen route. All of the other foreign guests wanted to scream as well...No one had a bright face" (말도 안돼! 꽉 막힌 도로에서 쉬지 않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 여자는 3시간 내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외국인 손님들도 모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 대표님은 국악인들이 평소 행사시간에 늦게 도착해서 함께 일하기가 힘들다고 제게 털어놓으셨지요. 그런데도 외국인들에겐 오전 7시20분까지 출발장소에 도착하라 하고 국내 스태프나 연주자들에겐 오전 8시까지 오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날 연합뉴스에는 "외국인 한국문화 체험행사 삐걱-주최측 엉성한 준비...선상 국악공연 취소"라는 제목의 기사(9월9일 오후 4시18분)가 실렸습니다. 김 대표님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연합뉴스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끝까지 행사를 참관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해 놓고 어떻게 기사를 쓸 수 있느냐"며 기사를 빼라고 요구하셨습니다('밖에서 바라보는 언론사는 권력'이라던 김 대표님이 그 권력에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신 것 아닙니까).

그 결과 9월10일 오전 1시18분 연합뉴스엔 < 한국 전통음악 참 아름답네요-국악체험 공연 여행 행사 외국인 호응 > 이라는 대체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취소된 선상음악회에 대해서는 맨 뒤에 짤막하게 한 줄 언급만 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한벽루 공연에는 현장에 없었으니 김 대표가 전화로 불러주는 내용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합뉴스 기자도 선상음악회가 행사의 메인 이벤트라고 생각했고 한벽루 공연으로 대체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닙니까. 또한 이 대체기사야말로 후배기자에 대한 질타와 달리 '행사를 참관하지 않고' 쓴 기사가 되어버린 것 아닙니까.

김 대표님은 버스 바로 앞자리에서 통화 내용을 들어버린 버린 저에게 다가와 "선상음악회는 메인 행사가 아니라 맛보기 공연이다" "비판 기사가 나가면 행사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씀하셨지요.

외국인들이 호응을 보인 것은 선상음악회가 아니라 한벽루 공연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도 한벽루 공연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선상음악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한 외국인은 "선상음악회에 대해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도 말했습니다. 한벽루 공연의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늑장 출발로 취소된 선상음악회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유람선 음악회가 취소된 후 배에서 내린 일부 외국인들이 주최측에 "서울로 빨리 되돌아가고 싶으니 교통편을 알아봐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벽루에 도착해보니 대형 스피커가 양쪽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스피커의 위치로 판단하건대 연주자들은 정자 마루 위에 올라가고 60명의 관객을 잔디밭에 앉힐 계획이었습니다. 행사 진행자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한벽루 정자에 연주자와 관객 모두 올라가서 공연하는 게 좋겠다고 제가 제안한 것 잊으셨습니까.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마련한 공연이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해서 일정 변경과 취소가 이어진 여행 전체가 성공이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주말 오후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로 나들이한 것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더구나 무료 여행이니 불만이 있어도 분명하게 표현할 입장이 못됩니다. 이런 행사를 마련해준 한국 정부가 고마울 따름이지요. 점잖은 분들을 초대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 잘못도 인정할 때입니다.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준 아케이트 코리아의 켄트 데이비 이사는 직접 '코리안 타임'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켄트 데이비 이사와 행사 주최측에 이 점 사과드립니다. 데이비 이사는 "버스안에서 한시간 정도 기다린 셈이네요"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고 "이게 코리안 타임 아닙니까"라고 묻자 멋적게 웃었습니다. 이를 기사에서 "코리안 타임을 체험했다"고 말했다고 쓴 것은 큰 잘못임을 다시 반성하면서 경위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코리안 타임"이란 말을 기자가 들은 것은 유람선에서 내린 청풍호 선착장에서였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할 전세버스가 오지 않아 편도 1차선 도로에서 80여명이 20분 가까이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는 외국인들이 대화하는 말 중에 '코리안 타임'이라는 표현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말한 사람 이름과 직함을 확인해둘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정리하다보니 이름을 밝힌 코멘트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데이비 이사에게 다시 물었던 것입니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사례라고 생각해서 범한 잘못을 다시 한번 반성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온 실비아 타르티니 씨는 "주최측이 선상음악회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고 "선상음악회가 취소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 분은 행사 전체에 대해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 호감을 표시했는데도 일부 표현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용된 데 대해 기분 나빠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사실 왜곡으로 보기보다는 제한된 지면 내에 특정한 주제의식을 전달해야 하는 기사의 불가피한 특성을 이해해주어야 하는 부분 아닙니까.

제가 제기한 '팩트' 문제 등 그날 행사의 전반적인 실상에 대해 김 대표께서 다시 반론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유리한 것 외에 불리한 사실들도 언급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오.

2006년 10월 2일
이장직 중앙일보 음악전문기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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