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선거법 93조 등 헌법소원 계획 한나라 '규제강화' 개정안 등 논의 착수
[미디어오늘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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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 180일을 앞둔 지난달 22일부터 인터넷 게시판 등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금지됐다. 중앙선관위의 이러한 방침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반발을 불렀고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5일부터 정치관계법개정특위(정개특위)를 열고 있는 국회도 선거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
선거법 개정안이 대거 제출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MBC·해찬들은 되나"=
"'I Love MB'라는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인터넷에 올렸더니 선관위에서 삭제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렇다면 'MBC'나 '해찬들'도 안 되는 것 아니냐?"
지난 5일 오후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는 선거법을 주제로 한 작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거법과 선관위의 UCC 운용기준, 인터넷 실명제 등 대선을 앞두고 시행되는 인터넷상의 크고 작은 규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에서 선거법
불복종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형준씨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목적 자체가 위법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투표를 하지 말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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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연대 진보넷 참여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청년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 등 7개 시민단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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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장동엽 간사는 "블로그에서는 RSS나 트랙백으로 내 글이 내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질 수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집단의 수괴가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임종윤씨도 "투표 행위는 한 시점에서 이뤄질 뿐인데, 선거의 전과정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며 "더욱이 실명제 사례가 보여주듯 방법조차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순 의사개진'과 '지지·추천' 기준은?=
선거법 자체가 규제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중 93조는 특히 논란의 대상이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됐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이름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도화 인쇄물이나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이 조항이 인터넷에도 적용되면서 '정치 표현의 자유'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단순한 의견개진은 허용한다고 하지만, 이를 반복해 게시할 경우에는 규제를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김기중 변호사는 "원래 이 조항은 선거 관련 인사장이나 녹음 테이프 등을 탈법적으로 배포하는 것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인터넷에도 적용되면서 '수단'이 아니라 '내용'을 규제하는 규정으로 확대됐다"며 "유권자들의 의사표현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지연 정책실장도 "단순 의견 개진과 지지·추천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규제 강화' 법안 발의=
현행 선거법에 대해서도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지난 5월 인터넷 여론을 더 규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 등은 포털이나 언론사에 이용자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고 △포털 등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로 차단할 수 있으며 △포털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 후보자, 후보자 배우자 등으로 검색할 경우 선관위나 후보자가 공식 지정한 자료를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이에 대해 "정보 차단 조항은 규제의 주체를 확대한 것이고, 후보 검색 조항은 사실상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정보 제공 조항은 사생활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인터넷기업협회도 한나라당 개정안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회 정개특위 어디로…개악 우려도=
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는 청구인 330명을 모집해 이달 안으로 선거법 93조와 선관위 UCC운용기준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선거법 93조는 이미 두 차례나 합헌 판결을 받은 바 있어 국회 정개특위를 통한 법 개정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선거법 개정안(
강창일 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됐고, 정개특위는 12일부터 이 안을 포함해 선거법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정개특위 간사인 안경률 의원 쪽은 "인터넷을 통한 선거 참여확대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한나라당 안은 악성게시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 쪽은 "법 개정에 찬성"이라는 입장을,
통합민주당 양형일 의원은 강창일 의원 안에 참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어서 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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