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국보1호
숭례문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에 타 붕괴되는 어이없는 일이 빚어졌지만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당국이나 관리를 맡고 있는 문화재청 모두 책임 회피에만 급급,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방당국 "진화 실패 아니다"?
지난 10일 밤 서울 숭례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서울소방본부와 문화재청은 11일 오전 화재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초기진압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진화상에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정기 서울소방본부장은 "오늘 화재는 초기에 빨리 진화 했으면 좋았겠지만 숭례문 상층부 기와 안에 흙이 있어서 진화가 어려웠다"며 "초기에 화재 진압이 되지 못한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오르던 불길이 오후 9시30분께 사그라지면서 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한때 불이 잡힌 것으로 착각, 사실상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국보 훼손'에 대한 부담감에 적극적인 진화활동을 펼치지 못한 사실도 도마위에 올랐다. 본부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남대문의 일부를 파기해도 된다"는 협조를 얻어낸 뒤에야 본격적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국보1호의 전소와 붕괴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의 발표는 "날씨 영하로 내려가 물이 얼고 소방서에서도 대원 많아 위험하고 손 쓸 방법이 없었다"는 해명뿐이었다.
더욱이 숭례문의 구조 자체가 내부로 물이 침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두 시간여 동안 뿌려댄 것은 '물'이 전부였고 지붕 해체를 시작한 시점도 화재 발생 3시간 여만인 11시50분께 였다.
◇문화재청 "절차대로 했을 뿐"?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숭례문은 화재에 취약한 목재 문화재임에도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나 방화 등 돌발적인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는 전혀 없었으며 홍예문이 개방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평일 3명, 휴일 1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지만 그 이후에는 사설경비업체의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결국 허술한 문화재 관리가 피해를 키운 것.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등의 시설을 설치하면 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숭례문의 경우 시내 한 가운데에 있어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더욱이 문화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전관리 담당은 서울 중구'라며 발뺌하기에 바빴고 "평상시 훈련했던 메뉴얼대로 했다"며 진화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실시한 화재 예방 훈련은 2001년 이후 4회뿐이었으며 올해 6회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국보1호'인 숭례문의 경우에는 훈련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차피 다 무너진 것, 이제 복원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관심을 돌리는가 하면 "소방본부에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소방시설 설치가 미흡했던 문제나 초기 진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소방당국에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 비난 빗발
이와 관련 고등학생 최나연양(19)은 "새벽 0시50분까지 무너지는 것 때문에 안자고 TV를 봤다"며 "빨리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꺼서 안타까웠고 불이 잡히는 것 같다가 다시 커졌을 때는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TV를 보다가 너무 기가 막혀서 현장에 나왔다"는 주부 박옥순씨(59)는 "일반 가정집도 아닌 우리나라 국보1호인데 이렇게 무너졌다니 말이 안된다"며 "조금 불이 붙었을 때 빨리 껐어야지 왜 그렇게 못하고 이렇게 됐는지..."라며 말을 흐렸다.
회사원 김성남씨(37)는 "빌딩에서 소방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TV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다"며 "초기 진압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화재를 키웠다. 초기 진압만 잘 됐어도 전소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대문 근처에서 토스트 장사를 한다"는 김정자씨(49.여)는 "문화재청에서
소방방재청에 (진화를) 조심스럽게 하라고만 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던 것 아니야"고 반문하며 "살아있는 국보인데 경비시스템 하나에 맡겨 놓았다니 말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화재 현장을 지켜봤던 미국 출신의 앤드류 미르비토(Andrew Mirabito.31.학원강사)는 "국보1호라면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종묘, 동대문, 경복궁 등 한국의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데 슬프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오후 8시50분께 숭례문 2층 누각에서 불길이 시작돼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인 11일 오전 1시55분까지 무려 5시간여 동안 불에 탄 뒤 소실됐다. 숭례문 2층은 완전히 붕괴됐고, 1층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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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기자 kim941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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